부동산 인사이트 / VegetableLatte

규제가 만든 새로운 빙벽, 매물의 숨통을 막다
‘10·15 대책’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은 다시 한번 규제의 파도 속으로 들어섰다.
토지거래허가제의 확대와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 거래량이 급감했고,
여기에 ‘전세 9년제’까지 거론되며 시장은 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실거주 목적이 아닌 거래를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하지만 정작 서울은 **‘세입자의 도시’**다.
자가점유율(내 집에 내가 사는 비율)이 44%에 불과해,
열 가구 중 여섯은 여전히 임대에 의존하고 있다.
즉, ‘실거주만 허용하겠다’는 정책은 시장 현실과 어긋난 셈이다.
매물은 줄고, 거주의 문턱은 더 높아지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기본적으로 매물의 흐름을 묶는 제도다.
매수자가 허가를 받은 뒤 4개월 이내 실입주, 최소 2년 실거주를 조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조건에 맞지 않는 집은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정책 시행 첫 주, 서울의 매매 매물은 약 9% 감소했다.
시장에 나온 집이 줄면, 그만큼 거래 기회도 줄어든다.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가 ‘움직일 수 없는 시장’에 갇히는 셈이다.
전세 9년제, 안정인가 또 다른 불안인가
정치권에서 제안한 ‘전세 9년제(3+3+3)’는
세입자의 거주 안정을 목표로 하지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계약갱신권이 두 번으로 늘어나면 세입자는 최대 9년을 한 집에 머물 수 있지만,
집주인은 그만큼 집을 매도하거나 새 세입자를 들이기 어려워진다.
문제는 이로 인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임대 물건이 급감한다는 점이다.
세입자가 오래 머물수록 새 전세는 귀해지고, 가격은 오른다.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됐을 때도
전월세 거래량이 25% 줄고, 신규 전세가격이 약 10% 상승했다는 통계가 있다.
이번에는 그보다 더 강한 충격이 예상된다.
정책의 선의가 현실의 불편이 될 때
이론적으로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지켜주는 제도지만,
현실에서는 세입자가 되기가 더 어려워지는 구조가 생긴다.
집주인들은 장기 거주에 따른 부담을 감안해
초기 전세금이나 월세를 더 높게 설정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주거비는 오르고,
이전보다 더 많은 서류와 조건, 그리고 ‘운’이 필요한 시장이 된다.
독일처럼 임대차 보호가 강한 나라에서도,
세입자가 집을 구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내거나 면접을 보는 문화가 존재한다.
우리 역시 그 길을 걷게 될까.
VegetableLatte의 인사이트
정책의 목적은 분명하다 — “불안한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
그러나 규제의 방향이 ‘통제’로 향할 때, 시장은 더 경직된다.
거래는 멈추고, 매물은 잠기며, 결국 그 부담은 세입자와 실수요자에게 돌아온다.
집은 투기의 대상이기 전에 사람이 살아야 하는 공간이다.
‘실거주만 허용하라’는 말은,
결국 누군가의 ‘거주의 자유’를 막는 규제로 작동할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규제가 아니라,
시장과 현실을 함께 이해하는 정책의 균형감이다.
규제는 한계가 있지만, 신뢰는 정책의 가장 강한 기반이 된다.
키워드: 토지거래허가제, 전세9년법, 10·15대책, 서울 전세시장, 부동산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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